"정말 밤잠 설쳐가며 준비했는데, 왜 반응이 없을까?"
기획팀도, 개발팀도 모두가 '이거다!' 싶을 만큼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정작 고객의 반응은 싸늘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고객에겐 '전혀 궁금하지 않은 솔루션'이었던 거죠. 기업의 시선이 고객이 아닌 '우리가 일하기 편한 방식'에 머물러 있을 때 발생하는 흔한 비극입니다.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는 임원회의 때 '우리 회사는 10년 뒤에 어떻게 변할까?'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게 본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는 '우리 고객들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해서 변하는 트렌드가 아닌, 변하지 않는 고객의 가치에 집중하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시선을 두고 계신가요? 혹시 고객보다는 '내가 관리하기 편한 방식'이나 '내부적인 효율성'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 칼럼에선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리더가 꼭 챙겨야 할 두 가지 키워드를 짚어보겠습니다.
질문의 방향을 바꾸자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 "궁예도 아니고,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다 아나요?"
맞습니다. 우리는 독심술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질문해야만 합니다. 막연한 짐작은 오해를 낳지만, 질문은 정확한 답을 가져다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질문이 참 '낯선' 일이라는 점입니다. 까다로워 보일까 봐, 질문하는 것이 바보처럼 보일까 봐, 혹은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게 되죠.
우리가 평소에 고객들에게 많이 하는 질문들을 되돌아볼까요?
- "이 제안대로 진행하는 건 어떠세요?"
- "이번 주 안으로 결재해 주실 수 있나요?"
- "이 정도 예산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런 질문들은 사실 질문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답(Yes)을 유도하는 요청에 가깝죠. 이런 닫힌 대화 속에선 고객의 진짜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질문의 방식을 다음과 같이 살짝 바꿔보세요.
- "이 제안에서 가장 우려되거나 걸리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 "현재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으신가요?"
- "이 예산 규모는 어떤 기준이나 우선순위로 산정하신 건가요?"
위와 같이 What, Why, How를 활용한 '열린 질문'은 고객을 수동적인 응답자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격상시킵니다. "예/아니오"라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함께 해결책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윤리'라는 시스템을 설계하자
고객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과연 이 회사가 내 일을 믿고 맡길 만큼 정직한가?'라는 고객의 의구심에 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즉, 조직의 윤리 의식은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 고객의 눈높이에 우리 조직의 기준을 맞추는 '가장 적극적인 고객 관점의 실천'입니다. 최근 뉴스에 나왔던 기업들의 크고 작은 사회적 물의를 떠올려 보세요. 고객들은 그 사건 자체에도 실망하지만, 내부 리스크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조직의 허술함에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그럼 리더로서 우리 조직의 윤리 의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전에, 혹시 여러분은 비윤리적 행위가 몇몇 나쁜 사람들의 일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국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사무실에 비치된 펜, 포스트잇 등의 비품을 가져가는 '직원 절도'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범죄이며, 이들 대부분이 범죄 이력이 없는 '최초의 범죄자'라고 합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작은 유혹이 시스템의 부재와 만날 때 거대한 부패로 번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채용할 때 배경조사 프로세스를 철저히 하거나, 보안카메라 등 유혹 저감책을 실시하고, 개인이 아닌 팀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등의 정책을 권고합니다. 개인의 의지나 마인드보다 윤리 기준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시스템은 환경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말이죠. 낙서를 지우고 구석구석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범죄는 줄어듭니다. 우리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에 AI 모니터링을 도입하거나, 성과가 좋아도 비정도 영업이 발견되면 수상에서 제외하는 강력한 룰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차피 시스템에서 걸린다"는 인식이 생기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더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